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8년 전 오늘, '제2의 밀양사건'으로 불리는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건은 2011년 9월 발생했는데 피해자들은 2016년 3월에야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5년간 건강하게 일상을 보내다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가해자들은 "기억이 안 난다",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 호기심에 산 맥주 한캔...동네에서 나눠 마시던 소녀들을 발견한 악마
2011년 9월 초 당시 고등학생이던 가해자 김 씨 등 5명은 A 씨와 친구 B 씨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중학교 선배라고 밝히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음주 사실을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A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김 씨 등 가해자들은 6일 뒤 A 씨와 B 씨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하고 나쁜 짓을 하자며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렇게 총 11명의 고등학생이 피해자들을 도봉구 동네 야산인 초안산으로 불러내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뒤 번갈아가며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김 씨 등 4명이 주도적으로 성폭행을 하는 동안 나머지 남학생들은 망을 보거나 피해자들의 팔을 잡아 성폭행이 쉽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자신들도 성폭력을 시도했으나 피해자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쳤습니다.
1차 범행 8일 만에 가해자들은 A씨와 B씨를 다시 같은 장소로 불러내 술을 마시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가해자가 22명으로 늘었습니다. 김 씨 등 6명은 이번에도 교대로 정신을 잃은 A 씨와 B 씨를 성폭행하는 등 2차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 22명의 범인을 모두 검거한 김장수 형사
◇ [사설] 왜 5년이 지나 기소됐나
사건 발생 후 1년 뒤인 2012년 8월 도봉경찰서는 사건을 인지했습니다. 다른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던 중 우연히 이 사건에 대한 진술이 나온 것.
사건을 담당한 김장수 형사는 피해자를 찾아 찾아갔지만 아무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사건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아이들은 가족과 다른 사람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될까봐 입을 굳게 다물었고, 사건은 결국 내사 종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 형사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경찰서로 전출된 후에도 약 3년간 피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김 형사가 연결해준 상담센터에 다니던 아이들은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섬뜩했던 기억에 대해 힘겹게 털어놨습니다.
◇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직장에서 돈을 벌고, 군대에 가서... '보통사람'인 척 하던 악마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인 2016년 3월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성인이 된 가해자 22명 중 일부는 대학생이 돼 캠퍼스 생활을 누리거나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었고 나머지는 일반 청년들처럼 군 복무 중이었다.
이들 중 주범 김 씨와 한 씨 등을 포함한 4명은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됐고 공범 6명은 특수강간 미수와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군 복무 중이던 피의자 12명은 소속 부대 헌병대에 넘겨졌다.
5년 만에 갑자기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 대부분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잡겠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로 분리해 조사받는 시간이 길어지자 진술은 엇갈렸고 가해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으며 나중에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그때는 어릴 때 그렇게 큰 잘못이었는지 몰랐다"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가해자 어머니 중에는 "5년이나 지난 일을 왜 이제야 파헤치느냐", "성폭력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따지거나 "아들 출근할 수 있게 풀어달라"고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 판사에게 폭언-난폭 끝까지 반성은 없었다
2016년 8월 26일 첫 재판이 열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피해자들은 실제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꿨다. 불구속 기소된 6명 중 5명은 "초안산에 올랐지만 다른 피고인들의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사건 당일 현장에도 가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2017년 1월 20일 1심 재판부는 주범 4명 중 2명에게 징역 7년과 6년을,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피고인 5명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중 한 가해자는 선고를 받고 의자를 발로 차거나 판사를 향해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가해자 부모들도 "너무 가혹하다"며 판사를 향해 소리를 질러 제지를 받았다.
가해자들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같은 해 6월 22일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주범 4명 중 3명의 형량이 각각 1년씩 늘었고 집행유예를 받은 2명 중 1명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줄곧 반성하지 않고 다시 상고했지만 2017년 10월 26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군 복무 중이던 다른 가해자들도 군사법원에서 징역 4년 등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6년 6월 30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 22명을 검거한 김장수 당시 경위(오른쪽)에게 이상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1계급 특진 계급장을 달고 있다.
◇ 4년의 집념으로 22명 모두 잡았다… 형을 마친 가해자들은 사회 어딘가에
성범죄를 해결해야 한다는 집념으로 최초 첩보 입수부터 4년간 수사 의지를 버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 김장수 형사에게는 포상으로 1계급 특진이 주어졌다.
김 형사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수사 성과는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비교돼 회자되고 있다. 밀양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형사로부터 "너희가 밀양 물을 다 흐렸다", "네가 먼저 꼬리를 흔든 것 아니냐" 등 2차 가해성 발언을 들으며 더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현재 초안산의 악마들은 모두 형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상태다. 형법에 따르면 판결 이전에 피고인이 구금(미결구금)된 기간은 확정판결 후 전체 형량에서 제외되므로, 최초 구속 시점인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무거운 형인 7년형을 받은 가해자도 지난해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